정치와 테크- 무엇이 세상을 구원할 것인가
2014년 5월 30일  |  By:   |  IT, 경제, 칼럼  |  3 Comments

21세기 가장 위대한 혁명에 정치적인 사건은 없었습니다. 모두 IT 기술의 혁명이었죠. 미국부터 볼까요? 오바마 대통령 당선이라는 역사적인 사건도 처음의 흥분이 가시자 크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를 풀진 못했죠. 그러나 웹은 사람들이 관심있는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중국은 더합니다. 중국의 정치체제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크게 변한 게 없고,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굳권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기술 혁명으로 사회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십년전만해도 10명 중 한명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이제는 거의 10억명 넘는 인구 거의 모두가 들고 있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시골 마을에서 벗어나지 않던 국민들의 시야가 확 넓어졌죠.

테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정부는 복잡하고 느리고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조직입니다. 대담한 상상을 하는 급진자유주의자나 전면적인 공산주의자도 이제는 정치인보다 프로그래머에 많습니다. 컴퓨터 기술은 소유, 정보 공개, 사생활의 의미가 무엇인지 완전히 재정의했죠. 스마트폰은 정부가 못바꾸던 대중교통, 법률 시스템, 은행 구조를 바꾸었고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도 외부와 사업할 수 있게 물꼬를 터주었습니다. 이를테면 정부와 국제기관의 노력에도 발전이 없던 아프리카는 휴대폰 확산으로 경제발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휴대폰(테크)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내전을 막지는 못하죠. 남수단, 데리테리아, 니제르,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소말리아의 난민들은 휴대폰으로 그들이 처한 내전의 고통을 알렸으나 세상은 큰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고 정치적 상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정치적 상황의 변화입니다.

선진국에서는 테크가 못견디게 답답한 정부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부가 위키피디아나 구글 검색 같이 유용한 공공재를 만들어 낸 적이 있기나 합니까? 영국정부가 허구헌날 실패한 IT 프로젝트며 전쟁을 지원하느라 돈을 낭비하는 걸 보면 속만 쓰립니다. 테크 사람들은 정부가 뛰어넘어야할 장벽이고 디지털 세상을 가로막는 귀찮은 존재라고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테크사람들이 잊고 있는게 있습니다. 이 모든 혁신의 근간을 가져온 건 다른 아닌 그 정부입니다. 특허시스템 같은 걸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정부의 맹목적인 투자가 지금의 테크 혁신 기반을 다졌다는 거죠. IT 혁명은 냉전 시대에 소련을 이겨야한다는 편집증에 사로잡혀있던 미국 정부의 투자에서 시작됐습니다. 인터넷(WWW)은 군프로젝트의 산물입니다. 문자메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에서 새로운 기반기술이 개발된 후에 천재소년들이 뛰어들어 구글이니 트위터니 시장에 내놀만한 상품을 만들었죠. 천연가스를 뽑아내는 혁신적인 방법인 수압균열법(Fracking) 도 정유 파동에 겁먹은 정치인들이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입니다. 최근 환경 관련 그린 기술(Green Technology)은 공해와 식수문제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가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기업이 단기적 보상이 보이지 않는 대규모 기반 기술 투자를 할 수 있을까요? 설사 구글이 사회적 책임을 가진 좋은 회사가 된다고 하더라고 달탐사 프로젝트에 100조원을 투자하는 결정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건 정부의 몫입니다. 대신 정부는 복잡하고 열려있는 문제를 다루는 데 취약합니다. 기업체간 혁신 경쟁 같은 것도 없죠. 어느정도 기술이 완성되면 뛰어들어 무인자동차 같은 걸 만드는 건 구글의 역할입니다.

한편, 정보의 범람과 테크 혁명은 정부의 시민 관리를 수월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기술이 악용되는 걸 우려하죠. 그러나 과연 정부가 테크 기업을 휘두르는 게 두려울까요, 테크 기업이 정부를 휘두르는게 더 두려울까요? 구글도 충분히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정부를 곤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적은 테크기업인인가요 정치인인가요?

중국의 사례는 또 다른 질문을 낳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고위직에는 테크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트위터 등을 차단하며 인터넷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할 방법을 찾았죠. 기술이 중국에 민주주의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기술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비껴갈 핑계를 찾은 셈 입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보기) 그러나 중국정부가 이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이젠 테크를 활용할 능력을 가진 중국의 ‘시민’들이 나타났거든요. 중국상황의 변화는 21세기 정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화두입니다.

서방에서는 2008년 이후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장 큰 세력이 금융권이 아니라 테크업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뛰어들기 보다는 로비, 후원, 캠페인 등 간접적인 방안을 활용하죠. 아마존의 제프 베소스는 워싱턴포스트를 매입하는 등 언론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테크 거물들은 정치권에 직접 뛰어들지는 않습니다. 정치인이 될 만한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능력이 된다면 사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선거에서 승리해 영향력을 얻기 위해 분투할 뿐이거든요. 이제 영국의 정치인은 정치인 집안에서 자라거나 학창시절부터 정치인으로 뽑혀 쭉 정치를 공부해온 이들입니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그들만의 리그’죠. 세상의 편견을 물리치고 직업 정치인이 되는 길이 어려워질수록 일반 시민과 정치인의 거리는 멀어집니다.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던 간에 정치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테크의 힘에 도취도어 정치를 잊는 경향이 있는데, 정치가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록 우리는 이 중요한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잃게 됩니다. 경계하고 각성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내는 비용입니다. 정치는 우리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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