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 장벽(paywall), 사생활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인가
2014년 5월 26일  |  By:   |  IT, 과학  |  1 comment

지난 2월, 세간의 이목이 테크 업계로 집중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이 미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메신저 서비스 제공업체 와츠앱(WhatsApp)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인데요. 많은 이들이 한화 20조에 다다르는 높은 매각가에 놀라움을 표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왜 이러한 매각이 이루어졌을까 그 배경에 대해 질문하는 일일겁니다. 비밀리에 진행된 매각 협상의 속성 상, 현재로서는 내부관계자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이 질문에 대한 확답을 내놓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와츠앱을 통해 비밀스레 오가던 우리들의 대화가 매각을 기점으로 세계 최대의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업체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입니다.

와츠앱은 그동안 일년에 1달러의 서비스 요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대신 어떠한 광고도 게재하지 않았고,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도 일절 수집하지 않았습니다. 이용자들은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하는 대신에 사생활 보호라는 부가 혜택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수익 모델은 와츠앱과는 사뭇 다릅니다. 페이스북은 서비스 사용료를 직접 부과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그들은 적극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하여 맞춤 광고와 같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열을 올립니다.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댓가로 이용자의 사생활 정보를 대신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이미 인터넷 시대 이전부터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비용을 지불해왔습니다. 우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소비자들은 이동 거리와 우편물의 무게에 따라 요금을 차등 지불하고, 연방정부는 그 댓가로 수신자외에는 어느 누구도 내용물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강제하는 법률를 제정했습니다. 이메일의 초기 모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AOL은 유료 이메일 계정을 운영하며, 개인의 모든 메일 내용과 활동 내역을 암호화된 형태로 보관하는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핫메일, 야후 등 무료 이메일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수익모델과 사생활 보호 정책에도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이들 업체들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개인의 서비스 활동 내역을 수집하여 2차 정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구글이 운영하는 지메일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의 메일 내용을 분석하여 맞춤 광고(contextual ads)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보험사들은 고객의 위험한 행동을 예견하거나 보험사기 행각을 적발하는데 개인의 인터넷 활동 내역을 사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 듯, 기업들의 개인 정보 수집 남용 행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져갔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실시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가 기업들이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응답자의 31%는 그들의 사생활을 더욱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와츠앱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유들 중의 하나는 분명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에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의 인수로 인하여 와츠앱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에 불가피한 수정이 예견되면서, 위커(Wicker)나 사일런트 서클(Silent Circle) 등 여전히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기반으로 유료 계정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반사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개인 정보를 적극 이용하려는 세력과 이들로부터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려는 소비자 사이의 힘겨루기 과정이 본격화 된다면, 이러한 유료 서비스 업체들의 활동 반경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 스스로 지불 장벽(pay-wall) 뒷켠으로 피신해야만 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opular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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