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조세 회피, 곧 근절될 수 있을까?
2014년 5월 14일  |  By:   |  과학  |  No Comment

얼마전 G20와 몇몇 조세회피처를 포함한 세계 47개국은 국외조세회피처에 은닉해둔 비자금에 대한 상호정보교류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조세정보공유 방식의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 체계에서 한 나라가 역외 조세정보를 얻기위해서는 의심되는 조세회피행동에 대해 해당정보를 가진 국가에 정식으로 정보공유를 요청해야합니다. 하지만 합리적 수준의 의심을 제기한다 할지라도, 소위 떠보기 조사(fishing expeditions)라는 이유로 이 요청들이 부당하게 거절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본 조약체결로 인해 미래에는 이러한 절차 진행 없이 손쉽게 조세정보 교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약체결국들사이에 연간 한차례 조세정보를 자동교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공유될 조세정보는 은행계좌, 이자 수익, 배당금, 매매수익 등 자본소득과세(capital gain tax)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총망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몇 나라들은 유예기간을 두고 국외조세피난처에 불법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는 납세자들이 자발적으로 역외자산내역을 신고하거나 본국으로 자금을 이송하도록 유도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특수목적법인(SPC)등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페니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 밝히기를 완강하게 거부했던 은행들도 이번 조약체결을 통하여 실소유주 공개에 많은 압박을 받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2010년 미국이 해외금융계좌신고법(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을 제정하면서 촉발되었습니다. FATCA는 미국 국적을 가진 고객들에 대한 계좌정보를 당국에 정기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외국금융기업에 대해 무거운 벌금형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역외 조세정보 수집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던 다른 선진국들도 미국이 신호탄을 쏘아올리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약체결은 이러한 법률들을 시행함에 있어 국제적인 동조체계를 구축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약 체결로 인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나라는 단연코 스위스입니다. 스위스의 은행들은 고객정보를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운용철칙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유명세는 검은 자금들이 대거 스위스로 유입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스위스는 세계 자산관리시장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모든 역외 조세정보를 공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FATCA와 본 조약은 스위스 은행들의 운용철학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입니다. 이미 미국 정부는 스위스계 은행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에 대해 미국인들의 조세회피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FATCA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본 조약의 효력이 제대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몇 가지 도전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첫째는, 효율적인 정보 처리가 가능하도록 각국의 이질적인 정보 수집 시스템을 통합하여 공동 플랫폼을 개발해야합니다. 물밀듯이 들어오는 방대한 양의 조세 정보는 조세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는 나라조차도 쉽게 처리하기 힘든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플랫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조세 구멍이 생겨나고 말테지요. 둘째는, 더 많은 조세회피국들이 조약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파나마 제도, 두바이, 인도양과 태평양 섬들에 위치하는 조세회피국들의 참여는 여전히 저조한 상태입니다.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스위스나 룩셈베르크 역시 조약의 강제 집행을 거부할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건, 현재까지 일어난 변화도 무척 놀랄만한 것입니다.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조세정보를 공유한다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조세회피자들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그들의 기민함으로 새로운 조세망을 유유히 빠져나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선택지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세회피자들과 당국의 두뇌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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