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시의회의 사회주의자 사완트의 도전, “최저임금 시간당 $15”
2014년 5월 8일  |  By:   |  세계  |  No Comment

옮긴이: 미국 시애틀시 시의원인 크샤마 사완트(Kshama Sawant)를 아십니까? 인도에서 태어나 자랐고, 결혼 후 미국에 온 이 여성은 미국의 수많은 선출직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사회주의 정당(대안 사회주의당, Socialist Alternative Party)에 몸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개방적인 태평양 연안 지역이라도 레드 컴플렉스가 여전히 남아있는 미국에서 선거 내내 자본주의를 맹비난하고, 마르크스를 수시로 인용하면서도 사완트 의원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간단합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5,300원)로 올리자”는 것이죠.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설정한 목표는 시간당 10.10달러, 그리고 시애틀이 속한 워싱턴 주의 최저임금은 미국 전체에서 가장 높은 9.32달러입니다. 이 모든 숫자들보다 월등히 높은 15달러. 현실성이 떨어지는 돈키호테 같은 주장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완트 의원의 구호는 시애틀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고, 시의회와 기업들은 유권자들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하고 최저임금 인상안을 내놓기에 이릅니다. 특히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받는 노동자들, 법의 사각지대에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사완트 의원의 행보는 “잘 뽑은 시의원 하나 열 국회의원 부럽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15 Now (지금 당장 15달러로)”.

사완트 의원이 시의회 선거와 함께 시작한 캠페인의 이름입니다. 미국에서 유일한 선출직 사회주의자인 사완트 의원은 시애틀과 워싱턴 주를 넘어 최저임금 하면 떠오르는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고 있습니다. 사완트 의원은 시의회에 입성하자 마자 시애틀 시가 모범적으로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려야 한다며 시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시애틀 주민 1/3의 시간당 임금이 15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대학의 연구 결과,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면 10만 명 정도가 직접적인 혜택을 입고 빈곤율을 25% 줄일 수 있으며, 현재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봉이 1만 1천 달러 가량 오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조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2/3가 사완트 의원의 견해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민주당 소속인 머리(Ed Murry) 시장은 주요 당사자가 모두 참여한 노사정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인상안을 논의했고, 지난 1일 노동절에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럼 이제 사완트 의원은 자신의 숙원사업을 비교적 빨리 손쉽게 이뤄낸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노사정위원회가 내놓은 인상안은 15달러로 인상을 하더라도 최대 11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대기업들은 2017년까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현재 기준 시간당 15달러에 준하는 최저임금을 시행해야 하는데, 이른바 오바마 케어에 따라 직원들의 건강보험에 가입한 경우 1년 더 유예기간을 둘 수 있습니다. 이는 대기업들은 내년부터, 고용인 250명 이하의 중소기업들은 사정을 감안해 3년 안에 인상안을 시행하자던 사완트 의원의 주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셈이죠. 사완트 의원은 노사정위원회의 발표를 두고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1월 연두교서를 통해 최저임금 시간당 10.10 달러 방침을 밝혔던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미국의 만연한 빈부격차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개혁이라고 날 선 비판을 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단호한 어조였습니다. 사완트 의원은 유권자 3만 명의 서명을 받아 이 문제를 오는 11월 선거에서 주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계획을 행동에 옮기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머리 시장은 노사정위원회의 안을 따르더라도 오는 2025년까지 최저임금이 61% 오르는 효과라며 사완트 의원이 계급 갈등을 부추기지 말라고 맞섰습니다.

사완트 의원의 행보는 하나하나가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실제로 법을 만들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은 지난한 도전일 것입니다. 기업들은 실제로 앞장서서 15달러에 반대하고 나서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권자 대부분이 곧 소비자들이기 때문이죠. 대신 이들은 법안의 핵심을 누그러뜨리고 집행을 방해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건강보험료를 내주고 있는 회사들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있어 유예기간을 더 늘려달라거나, 식당주인 협회들은 식당 종업원들은 팁을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곧이 곧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식이죠. 이런 이해관계는 기업 뿐 아니라 공화, 민주 양대 정당의 기득권층들도 함께 나누고 얽혀 있기도 합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어쩔 수 없이 고용을 줄여야 한다, 이는 결국 서민들의 일자리를 앗아갈 뿐이라는 논리를 언론에 흘려 ’15 Now’를 압박하는 일도 물론 빼놓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사완트 의원은 실제로 최저임금을 인상한 곳의 지역 경제가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노동자들이 지역 경제에서 소비를 늘리면서 오히려 활성화됐다는 연구 결과를 들며 반박했습니다. 시애틀 근교의 시탁(SeaTac)시는 인구 28,000명의 작은 도시로 시애틀 국제공항이 있는 곳입니다. 시탁시에서 2년 전 (훨씬 제한적이긴 하지만)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안을 두고 주민투표가 치러졌고, 기업과 주요 노조, 상공회의소 등이 몇 안 되는 유권자들에게 2백만 달러의 어마어마한 광고를 쏟아부은 결과 근소한 차로 인상안이 통과됐습니다. 사완트 의원은 시애틀 시민들의 요구사항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머리 시장과 시의회의 민주당 의원 다수가 노사정위원회의 인상안을 토대로 타협해야 한다고 사완트 의원을 종용하고 있지만, 그는 의지를 굽히지 않습니다.

“머리 시장이 (최저임금 인상안을) 주민투표에 부치는 건 계급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라고 우려했죠. 본질은 주민투표 여부가 아닙니다. 최저임금 인상안을 두고 시장과 기득권을 쥔 기업, 정치권이 노동자들을 상대로 회유책, 강경책을 같이 써가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현실, 이게 바로 계급 갈등 그 자체이고, 이는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예요.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시애틀의 유권자인 노동자들이 자기 계급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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