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도시와 그 도시에 사는 진보 성향의 부자들
2014년 4월 17일  |  By:   |  경제, 세계  |  3 Comments

옮긴이: UCLA 법학대학의 명예교수인 블라시(Gary Blasi) 교수가 가디언지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경기 침체를 겪은 뒤 대부분의 나라, 지역 사회는 노숙자들이 늘어나는 문제에 직면합니다.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사람들은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면 융자를 받아 샀던 집의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거나 수요가 늘어나며 역설적으로 오르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끝내 집을 잃는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모든 노숙자들이 잠을 청하는 곳은 조금씩 다릅니다. 노숙자 쉼터 같은 시설에 머무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건물 출입구, 골목길 인도 위, 공원, 다리나 고가도로 밑에서 잠을 청합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는 집은 없지만 고물 자동차는 갖고 있는, 그래서 그나마 길바닥 대신 차 안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의 부유한 도시에 사는 노숙자들은 점점 본의 아니게 범법자 신세가 될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실리콘 밸리의 팔루 알토(Palo Alto)나 로스앤젤레스의 부유한 베니스 구역 같은 곳의 지방 정부들이 발의한 “삶의 질(quality of life)” 법안이 길거리에서 자는 것 뿐 아니라, 차 안에서 자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법안이 발효된 건 아니지만, 법안에는 노숙자들이 옆 동네, 다른 지역으로 모두 가버렸으면 하는 지방 정부들의 바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팔루 알토의 노숙자 가운데 쉼터를 비롯한 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들의 비율은 92%이고, 로스앤젤레스의 경우도 지난 2011년에서 2013년 사이 쉼터에 갈 수 없는 노숙자들이 67% 늘어났습니다. 이들 정부들이 공중 화장실이나 세면 시설을 증설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예산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공중 화장실이 늘어나면 노숙자들이 몰려오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죠. 차에서 잠을 청하는 그나마 조건이 나은 노숙자들의 경우, 영업시간이 끝난 뒤엔 한가한 몰이나 상업 지역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잠을 청할 수 없습니다. 경찰이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에 여기에 무단 주차하는 차량에 높은 과태료를 부과하고 여러 차례 적발되면 차량을 압수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실리콘밸리나 로스앤젤레스의 부촌에 사는 부유한 진보 성향의 시민들의 위선을 꼬집고자 합니다. 특히 많은 민주당원들이 사는 지역이기도 하죠. 민주당원의 90%가 (공화당원의 경우 45%)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지만, 이들이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을 보면 어떻게 할까요? 대부분 경찰에 전화해서 노숙자들을 쫓아달라고 할 겁니다. 빈부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늘어난 빈부 격차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린 이웃의 아픔을 나누고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소 이기적인 법안 발의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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