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가져가면 러시아의 손해?
2014년 3월 18일  |  By:   |  세계  |  5 Comments

이변이 없는 한 이달 말 쯤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할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가 여자와 어린이들의 등 뒤에서 감히 총을 쏘지는 못할 것이라는 등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죠. 이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 외에도 러시아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남부 아조프해 연안 주들을 모두 합병해버리는 시나리오도 상상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시나리오 아래 당장의 승자는 러시아처럼 보이겠지만, 현실을 차근차근 따져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우크라이나는 영토와 인구를 빼앗기고, 충돌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보게 되겠죠. 그러나 일단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는 동질성과 단결력이 강화된 국가로 거듭날 것이고, 친러 세력이 약화되면서 각종 경제, 정치적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할 동력을 얻을 것입니다. EU 및 국제 질서로의 편입도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반면 러시아는 승전과 영토 확장에 환호하는 시기가 지나면 여러 골칫거리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무력으로 합병된 지역의 주민들이 고분고분 러시아 정부를 따를 것이라는 예상은 러시아의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2014년 2월 중순 키예프 국제사회학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나마 크리미아주에는 친러 성향의 주민들이 많지만 그 외 동남부 지역에는 반러 정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러시아는 불만에 가득찬 사람들을 새로운 국민으로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 지역에 군대 주둔시키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요될 겁니다.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에도 신경을 써줘야 할 것이고요. 하지만 불행히도 우크라이나 동남부 주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해, 지금도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예산을 축내는 주범입니다. 2013년 상반기에 크리미아, 도네츠크 등 동남부 6개 주가 중앙정부로부터 타간 예산은 25억 달러에 달합니다. 2014년 러시아 정부는 110억 달러의 예산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데, 만일 우크라이나 동남부 합병이 이루어지고 이 지역에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면 재정 적자는 45% 증가하게 됩니다. 특히 루한스크 주와 도네츠크 주에는 적자 덩어리인 탄광산업이 자리하고 있는데, 러시아로서는 대규모 해고로 인한 사회적 동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므로 이들 탄광에도 계속 정부 예산을 지원해야 할 겁니다. 또한 전쟁 후에는 러시아인들과 우크라이나인들의 휴가지로 사랑받는 크리미아 주의 관광 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합니다. 현재 크리미아 주 관광객의 70%는 우크라이나인이고 25%는 러시아인인데, 이들이 크림반도의 해변으로 휴가를 오지 않는다면 이 지역의 경제는 크게 악화될 것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푸틴은 운이 좋았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른 덕분에 러시아에는 돈이 넘쳐났죠. 푸틴과 그 측근이 부정한 방법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도 남는 돈으로 국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와 내년, 나아가 2030년까지 러시아의 연간 GDP 성장 예상치는 세계 평균을 크게 밑도는 2.5%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크리미아와 그 주변 지역을 떠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승리의 기쁨도 잠시, 곧 앞날을 걱정하게 될 겁니다. (Foreig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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