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돈 받아내기” 두 헤지펀드의 정반대 접근법
2014년 2월 11일  |  By:   |  세계  |  No Comment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자 13년 전의 채무불이행(Default) 위기를 다시 겪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두 곳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2001년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던 채권을 두고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 곳이 채무자를 어떻게든 달래서 있는 돈이라도 적당히 받아내는 전략을 쓰고 있다면, 다른 한 곳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빌려준 돈을 이자까지 쳐서 모조리 받아내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이 도덕적으로 정당한 문제가 아닐 뿐더러, 어느 전략이 더 효과적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지난 2001년 12월 쌓여가는 빚더미에 외환보유고도 바닥나고 더 이상 돈을 빌릴 곳을 찾지 못했던 아르헨티나 정부는 민간에 팔았던 국채 800억 달러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합니다. 이후 국제금융기관과 주요 채무자들과의 협상 끝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2005년, 우선 1달러당 27센트 꼴로 원금을 갚고 나머지 빚은 경제 상황이 개선되는대로 차차 갚아나가면 어떻겠냐는 채무 탕감안을 제시합니다. 당시 액수 기준으로 76%의 채권자들이 이 탕감안에 합의했는데,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에 유화책을 쓰고 있는 그래머시(Gramercy Funds Management, LLC)도 그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강경책을 고수해 온 엘리옷(Elliott Management Corp.)은 처음부터 탕감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1달러당 27센트는 받아내야 할 돈 가운데 너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근본적인 이유였죠. 엘리옷은 법정 다툼은 물론 아르헨티나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Cristina Fernandez de Kirchner)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급유지에 머무는 동안 비행을 중지시키려 하기도 했고, 아르헨티나 해군의 선박을 압수하려고도 했습니다.

총 233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영하는 엘리옷은 부도난 채권 가운데 25억 달러 가량을, 총 39억 달러 자산을 운영하는 그래머시는 4억 달러 가량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탕감안을 받아들인 채권자들에게는 약속된 원금 일부를 지급하고 나머지 강경한 채권자들과는 법정 다툼에 들어갔는데, 아르헨티나 경제가 정상 궤도에 다시 올라서야 남은 돈을 받을 수 있던 그래머시는 음으로 양으로 아르헨티나 정부에 조언을 하기 시작합니다.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2010년 개선된 채무 탕감안을 내보라도 물밑에서 권유했던 것도 그래머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2010년에도 엘리옷은 탕감안을 거절했습니다. 오히려 엘리옷은 뉴욕의 연방 항소법원에 이 문제를 가져가 채무 탕감안을 백지화하고, 탕감안을 받아들인 채권자들에게도 추가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 연방 대법원마저 엘리옷의 손을 들어준다면 기존의 빚까지 갚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다시금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그래머시가 바라는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탕감안을 받아들인 채권자들에게 갚는 이자를 조금 줄이거나 지급 기일을 뒤로 미루고, 그만큼의 원금을 엘리옷을 비롯해 당시 탕감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채권자들에게 지급하는 선에서 절충안이 나올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아예 사태가 타협 없이 한 쪽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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