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 데이비슨(Harley-Davison)은 어떻게 살아났나
2014년 2월 5일  |  By:   |  Economy / Business  |  No Comment

펜실베니아 요크시에 있는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son) 공장에서 일하던 마크 데팅거(Mark Dettinger) 씨는 한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오토바이 앞 부분의 전기 장치들을 잡아주는 플라스틱 부품이 제대로 끼워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끼우는 데 오토바이 한 대당 1.2초가 더 걸렸고, 이는 연간 오토바이 생산량을 2,200대나 줄였습니다. 매출로 따지면 수백만 달러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라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 전 할리 데이비슨은 조립 과정에서 몇 초 더 걸리는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경쟁이 별로 없었고 주요 고객층인 “뚱뚱한 백인 남성들”은 할리 데이비슨 제품을 사기 위해서라면 18개월이라는 시간도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오히려 비효율성은 할리 데이비슨 브랜드의 매력이었습니다. 할리 데이비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속도로 오토바이를 조립할 수 있었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었으며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아예 공장에 나오지 않는 노동자도 전체의 30%나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2009년 이전에 공장은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되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 금융 위기 동안 할리 데이비슨은 거의 부도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주당 75달러 가까이 갔던 주가는 8달러로 떨어졌고 비효율성은 더 이상 매력이 아니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 요크에 위치한 할리 데이비슨 공장이 위기를 이겨낸 방식은 보통의 미국 제조업들이 취하는 방식들 말고도 대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미국의 제조업들은 대부분 노조를 해체하거나 세율이 낮거나 노조에게 적대적인 남부에 있는 주로 공장을 옮기거나 아예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전략을 취해 왔습니다. 하지만 할리 데이비슨의 경우 이러한 전략을 취할 수 없었습니다. 할리 데이비슨은 미국의 불루칼라들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노조를 없애거나 생산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 없었습니다. 따라서 할리 데이비슨은 더 많은 월급을 지불해야 하는 노조에 가입된 노동자들을 계속해서 고용해야 했고,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혁신 방안은 생산 라인을 새로 디자인해 각각의 노동자들이 창출하는 가치를 높이는 일이었습니다.

할리 데이비슨은 기존의 공장을 없애고 새로운 공장을 지었습니다. 여전히 로봇 대신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5~6명씩 팀을 이뤄 오토바이를 조립하고 있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 것 같지만, 공장 관리자의 의견은 다릅니다. 경험이 많고 숙련된 노동자들은 로봇보다 새로운 정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혜택이 크다는 겁니다. 할리 데이비슨의 경우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주문 내용이 다르고 1,200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오토바이가 생산됩니다. 따라서 각각의 오토바이가 다 다르고 80초 뒤에 조립할 오토바이의 주문 내역을 미리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조건에 빠르게 반응하는 로봇을 디자인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기계보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할리 데이비슨은 사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2009년 당시 할리 데이비슨의 이러한 결정에는 많은 의문이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할리 데이비슨은 미국 제조업의 롤모델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공장 노동자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할리 데이비슨 제조 공정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평균 근속 년수가 18년이며 회사에 무척 높은 소속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팔에 자기 회사 이름을 문신으로 새긴 공장 노동자들이 전 세계에 얼마나 될까요?). 생산 과정을 새로 디자인하면서 비용은 1억 달러가 줄었고 품질은 더욱 향상되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주문한 뒤 몇 주 안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고, 할리 데이비슨의 주가는 2006년 가장 높이 올랐을 때와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성공에 비용이 뒤따르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할리 데이비슨은 노동자 1천 명을 해고해야 했고 남은 노동자들도 몇 년간 임금 동결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공장 노동자들은 이러한 타협안이 아예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보다 낫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할리 데이비슨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복잡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노조를 없애는 것이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브랜드 이미지가 확실하고 주문 제작 수요가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노동 조합에 가입된 노동자들은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NYT)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