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포린어페어스 칼럼] 미국의 실패 사례, 한국 (2)
2014년 1월 15일  |  By:   |  세계  |  No Comment

-1961년 10월, 故 에드워드 W. 와그너(Edward W. Wagner) 하버드대 교수가 Foreign Affairs지에 기고한 칼럼 <한국에서의 실패(Failure in Korea)>를 요약하였습니다. 내용이 길어 이틀에 나누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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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이 들어선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이 정권이 한국이 갈구해 온 리더십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보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 헌법은 사실상 철폐되었죠.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모든 권한을 독점한 가운데, 의회를 포함한 모든 조직은 해체되었고 선출직 공무원들은 모두 물러났습니다. 모든 종류의 결사나 토론이 금지되었고, 국민들은 반국가, 반혁명 세력으로 지목되면 즉시 체포된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이 군사 정권의 정말로 무서운 점은 극단적인 성격 뿐 아니라 일을 추진해나가는 속도입니다. 전임자들이 13년 간 일군 것을 하루 아침에 엎어버린 속도는 이 정권의 이념적 빈곤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이들이 쿠데타 과정에서 과시한 잔혹성은 스스로 앞세운 부패 척결과 삶의 질 향상, 반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심지어는 권력을 쟁취하는 데 있어서도 불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5.16 군사혁명”은 전통적인 지배 엘리트 집단의 권력이 다른 지배 엘리트 집단으로 넘어간 사건에 불과합니다. 박정희 장군이 이승만에 비해 한국이 필요로 하는 사회적 변혁을 더 잘 이루어낼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에게는 나세르나 아유브 칸과 같은 이념적 확신이나 개인적 매력도 없습니다. 박정희 정권은 1963년까지 헌법에 근거한 정부를 재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동시에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는 경찰 국가의 지도 기간이 필요하다는 나이브하고도 위험한 믿음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 사태가 가져온 충격은 점차 잦아들고 있으며, 박정희 정권은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미국이 한국 문제를 풀기 위해 새로운 접근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대처하게 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박정희가 군부 내 다른 세력에 의해 물러나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까요? 군사 정권이 계속해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면 미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앞으로도 구성원들이 삶의 질에 만족해 스스로 공산주의를 배척하는 사회를 만들기보다, 반공의 최전선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들의 불만을 억누르는 정책이 한국에서 계속된다면 미국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미국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한국의 군사 정권을 조기에 종식시킨다는 옵션을 배제해서는 안됩니다. 혹자는 최근 벌어진 한국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라며 개입하기 어렵다는 뜻을 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은 아니죠. 한국을 비롯한 비서구 국가에서  미국의 최우선 순위는 일반 대중과 뜻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공산당은 북한에서 이것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오늘날 한반도 내 공산주의의 위협은 남북한 간의 격차에서 기인합니다. 얼마 가지 않아 한반도의 주민들은 워싱턴과 소련 사이에서 고민하는 대신, 서울과 평양 사이에서 고민하게 될 겁니다. 한국에서의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는 미국이 아주 중요한 저개발 국가에서 공산주의와 경쟁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Foreig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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