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연말 특집: 한국을 다룬 기사들
2013년 12월 30일  |  By:   |  세계  |  No Comment

뉴스페퍼민트에 소개할 외신 기사를 고르는 큰 원칙 가운데 하나는 “이미 국내 언론에 소개된 기사는 소개하지 않는다” 입니다. 한국의 상황을 언급한 해외 언론의 기사들은 그 자체로 국내 언론들에게 좋은 기사거리입니다. 해외 주요 언론들이 한국을 다룬 기사를 싣고 나면 이내 국내 언론에도 “뉴욕타임즈가 ㅇㅇㅇ라고 전했다”는 식의 기사가 소개됩니다. 해외 언론의 시각은 때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우리의 자화상을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한국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겉핥기 식 진단을 내리고 만 기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뉴스페퍼민트가 올 한해 소개한 글들 가운데에는 한국에 대해 외신 기자나 필자가 갖고 있는 주관적인 시각에 기대기보다는 일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산출한 순위를 토대로 한국을 분석한 글을 비롯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우리의 자화상을 꿰뚫어본 글들이 있습니다. 나라별 인종차별 지수에서 한국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는 글이 뉴스페퍼민트 올해 최고의 인기글 2위에 올랐을 정도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토론을 낳은 글도 있었습니다. 나라별 인종차별 지수, 한국은 최하위권 (5/21)

국내 언론사의 수는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졌지만, 정작 독자와 시청자들이 접하는 뉴스와 정보는 편협한 시각 안에 갇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뉴스페퍼민트는 내년에도 ‘한국 사회’와 관련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을 부지런히 소개하겠습니다. 한 해가 저물기 전에 다시 한 번 되새겨봐도 좋을 ‘한국을 다룬 기사들’을 소개합니다.

우선 지난 10월 마지막 주 이코노미스트지의 한국 관련 특집 기사 여러 편이 뉴스페퍼민트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한국 사회의 높은 교육열과 그 이면, 그리고 여전히 OECD를 비롯한 선진국들 가운데서 유달리 낮은 여성의 권리와 그 이유를 분석한 기사들입니다.

한국의 교육열, 또 하나의 군비경쟁 (10/29) / 한국 교육을 위한 세 가지 제언 (10/30)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 한국은 최하위권 (10/28) / 한국의 여성들, ‘아기를 낳지 않겠다’ 파업 선언 (10/31)

높은 교육열과 그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보이는 뛰어난 시험 성적, 하지만 줄세우기 경쟁에 그대로 노출된 학생들이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우리 사회에서 더이상 뉴스가 아닙니다. OECD 회원국들의 수학 성적과 그 나라 학생들의 행복도는 거의 완벽하게 반비례한다는 애틀란틱의 기사는 우리 사회의 통념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씁쓸한 글이기도 합니다.

OECD 학력평가에서 수학 성적 높은 국가들일수록 학생들 행복도는 떨어져 (12/5)

대선 개입 의혹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혹은 유출이라는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국가정보기관 국정원의 도 넘은 행태를 짚은 워싱턴 포스트지의 기사도 있습니다. 1960년대 박정희의 쿠데타 이후 독재정권의 충실한 파수꾼 역할을 해온 국가정보기관이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원칙적으로는 정치 중립적인 기관이 되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까지 거듭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실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의 국가 정보 기관 (7/10)

앞서 3월에는 OECD가 발표한 각 국가별 남녀 정규직 임금격차의 보고서 요약문을 소개했습니다. 중간 소득(median income)으로 살펴본 멕시코나 헝가리, 뉴질랜드의 임금 격차는 5~7%였지만 일본은 29%, 그리고 한국은 무려 39%였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견고한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확인할 수 있는 보고서입니다. 게다가 이 보고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만을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이미 전 사회적으로 보편화된 비정규직 고용 형태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차별을 감안한다면 이 수치는 더 오를 수 있습니다. 남녀 정규직 임금격차,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커 (3/6)

삶의 질이 화두로 떠오른 건 비교적 오래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삶의 질을 누리는 데 필요한 안전망을 제공해주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탈북자의 눈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본 이코노미스트의 기사 한반도에서 삶의 질이란? (10/28) 는 패자부활전 없는 경쟁 사회가 불러온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OECD의 보고서를 토대로 살펴본 근무시간과 생산성 (11/6) 기사에서는 회원국들 가운데 한국인들의 연간 노동시간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래 일한다고 생산성이 높을까요?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삶의 질은 잠을 줄여가며 일하고 받는 아르바이트비나 야근 수당이 아니라 가족,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 적당한 휴식에서 찾아야 합니다. 정부와 사회가 제공해야 할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하다는 지적은 한국의 노인 자살 문제, 범인은 빈곤과 외로움 (12/10)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