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연말 특집: 소득 불평등과 교육 불평등
2013년 12월 26일  |  By:   |  Economy / Business, IT  |  No Comment

전 세계적으로 지난 몇 년간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는 바로 불평등(inequality)입니다. 지난 한 해, 뉴스페퍼민트 역시 소득 불평등 문제를 다룬 다양한 뉴스 기사를 전달하려고 노력했고, 특히 소득 불평등의 문제가 어떻게 교육 불평등의 문제로 이어지는가의 문제를 분석한 기사를 자주 소개했습니다. 소득 불평등의 문제는 1980년대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가속화 되었는데 2008년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추세는 계속 되었습니다. 소득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저명한 두 경제학자 엠마뉴엘 사에즈(Emmanuel Saez)와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에 따르면 2012년 미국 사회에서 소득 상위 10%가 미국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 이상으로 이는 19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상위 1%는 미국 전체 소득의 20%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소득 하위 10%의 소득 수준은 상위 10%의 1/6도 되지 않습니다. 어린이 5명 중 한 명은 빈곤 상태에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자신의 남은 임기 동안 소득 불평등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소득 불평등 문제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바로 교육 불평등과의 관계 때문입니다. 많은 사회에서 고등 교육을 받는 것은 여전히 중산층으로 갈 수 있는 중요한 통로를 제공합니다. 과거에 비해 이 역할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누립니다. 하지만 문제는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모의 소득 정도에 따라 크게 결정되고 대학 교육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교육 접근성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아이들의 숙제에서도 불평등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미국을 기준으로 1975년과 비교해 2012년에는 대학 교육을 받은 부모가 자식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들에 비해 두 배나 높았습니다. 1972년과 비교해 2006년에 고소득 가정에서 자식의 과외활동에 투자하는 돈은 150%가 증가한 반면 저소득 가정에서의 투자 증가율은 57%에 불과했습니다. 소득과 교육 수준에 따라 자식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과 자원이 달라지다보니 소득 수준와 아이의 성적 사이의 상관관계가 커지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OECD 국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력 평가에서 미국은 소득 수준에 따른 학생들 격차가 가장 큰 나라였습니다. 올 해 하버드 대학교의 학생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Harvard Crimson)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입생의 14%가 가족의 연간 소득이 50만 달러 이상, 즉 미국 전체 소득 분포에서 1% 이내라고 답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출신의 능력 있고 똑똑한 아이들이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아주 좋은 학교들에 지원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똑똑한 고소득층 출신 학생의 경우는 여러가지 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고 따라서 자신의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는 비슷한 학교들에 지원합니다. 하지만 저소득층 출신의 똑똑한 아이들의 경우는 주변에 대학 입학과 관련해서 조언을 해 줄수 있는 부모나 친척들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는 대학에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소득층 출신의 똑똑한 학생의 34%만이 명문 대학에 입학하는 반면, 고소득 출신의 비슷한 성적의 똑똑한 아이들의 78%가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불평등은 비단 시험 성적이나 대학 진학률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 밖에서 벌어지는 방과 후 활동에서의 불평등도 큰 문제입니다. 중산층이나 부유층 학생들은 방과 후 다양한 스포츠나 취미 활동을 통해 시간 관리나 승부의 중요성과 같이 성공적인 삶에 필요한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세대간 계층 이동의 가능성은 미국의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미국의 북동부와 서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세대간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았고, 반대로 남동부와 중서부 지역에서는 낮았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최근의 사회과학 연구 결과들은 미국에서 저소득층 출신의 자녀가 고소득층으로 올라가기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자인 맨큐 교수는 이러한 소득 불평등은 세계화와 기술의 변화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결과이며 증가한 소득 불평등이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은 과장되었다는 논지의 글을 발표해서 상위 1%를 변호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이 발표되자마자 폴 크루그먼과 같은 경제학자들은 맨큐의 주장의 오류를 지적하는 글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저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애플(Apple)과 같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임금이 증가해서 사회적 불평등이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한 사회의 불평등 수준은 정책과 정치적 산물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 세금 제도와 대학 입학 제도, 그리고 다양한 사회 복지 정책은 한 사회가 경험하는 경제적 불평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경제 주체들의 인센티브에 영향을 미치고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증가하는 불평등이 초래할 사회적 비용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삶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믿음은 한 사회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부모의 소득 수준이 아이들의 미래의 대부분을 결정하고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 그 사회는 쉽게 정체될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많은 정부들이 소득 불평등 해결을 위해 어떤 제도가 효과적이고 어떤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은지를 판가름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4년에도 “불평등”은 우리 시대의 화두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