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디나이얼(Denial)”
2013년 9월 27일  |  By:   |  과학  |  2 Comments

약 10만 년 전, 인류의 조상들에게 변화는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새로운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기호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고 장식물을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모습과 활동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 위해 치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장식물들은 초기 인류가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의도와 생각을 가진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가장 오래된 증거입니다. 생물학자 바키와 브라워(브라워는 2007년 세상을 떠났습니다)는 신작 “디나이얼(Denial)”에서 인간이 어떻게 다른 동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지적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한 참신한 설명을 시도합니다. 저자들은 초기의 인간이 자신과 남을 인식하게 되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죽을 운명에 대한 끔찍한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초기 인류는 이 공포를 억누르고자 현실을 부정(deny)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진화시키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은 종교와 철학이야말로 인간의 이런 노력이 최대한 반영된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에게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재능이 있다는 증거는 매우 많습니다. 때로 이 재능은 우리에게 도움을 줍니다. 낙천적인 암환자는 비관적인 동료들보다 오래 살며 운동선수들은 자신이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입니다. 그러나 때로 이 능력은 우리의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바키와 브라워는, 인간이야말로 모든 동물들 중에서 가장 위험을 무릅쓰는 종족이며, 그 예로써 과학적 증거가 명백함에도 흡연을 끊지 않거나 기후변화를 무시하는 현실을 말합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자기기만 능력에 의해 우리의 두뇌가 자신과 주변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시점 이전의 인간은 새나 코끼리와 같이 부분적인 자각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필멸에 대한 공포가 현실부정능력을 낳았다는 저자들의 주장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그 능력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또 자기 기만적 경향성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신경회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두 능력은 같이 진화되었을 수도 있고, 서로 무관하게 발달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주장 중 상당한 부분이 증명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아마 보다 확실한 결론을 원하는 독자들은 이 부분에 실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디나이얼”은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문제의 핵심적인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의 자기기만능력이 우리 조상들을 절망에서 구해주었을지 모르지만, 오늘날 이 능력이 우리를 또다른 위험으로 이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런 단점을 인식함으로써, 우리가 지구온난화나 전지구적 가난과 같은 불편한 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여야 합니다. (Scientific American)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