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 D-5 유권자들의 고민
2013년 9월 2일  |  By:   |  세계  |  No Comment

지난 22년 동안 호주 경제는 흔들림 없는 호황을 이어왔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석탄과 철광석 등 천연자원을 계속해서 판 덕분입니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해지는 시점에 치러지는 호주 총선은 앞으로 호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그런데 집권 노동당의 케빈 러드(Kevin Rudd) 총리와 야당 연합을 대표하는 자유당의 토니 애봇(Tony Abbott) 당수 모두 중요한 시기에 호주를 이끌어나가기에는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큰 정부를 지양하는 Economist지의 관점에서 본다면 노동당보다 자유당을 선호하고 지지하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애봇이 야당 당수로 있는 동안 추진했거나 지지한 정책을 보면 애봇은 시장을 믿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근거도 없이 정부가 보장하는 육아휴가를 크게 늘리겠다는 정책은 길라드 전 총리로부터 여성혐오주의자라는 공격을 받고 손상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일 수도 있지만, (Economist 입장에서는) 실망스럽습니다. 동성결혼에 반대한다거나, 호주로 들어오려는 난민과 이민자들을 억제하는 정책 등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애봇은 보수적인 루퍼트 머독의 방송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여론조사에서 앞서가고 있습니다.

노동당은 어떤가요? 쉽게 정권을 내줄 만큼 지난 집권기 동안 실정을 거듭했나요? 중국에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호주 경제는 호황을 이어왔습니다. 노동당도 노조에 지나치게 휘둘리던 관례를 깨고 친기업, 친시장 개혁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동시에 장애인 보험 확대, 교육개혁, 탄소세 도입 등 굵직한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노동당의 문제는 케빈 러드 총리입니다. 지난 2007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도 3년만에 노동당 내에서 인기를 잃어 총리직에서 내려와야 했던 건 러드 총리의 독선적이고 남을 업신여기는 성격 탓입니다. 길라드 전 총리가 유권자들로부터 인기는 없었을지 몰라도 중요한 정책들은 더 많이 입안하고 집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로부터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러드를 총리 자리에 복귀시켰지만, 노동당 내에서도 러드라는 인물에 대한 신뢰가 탄탄한 편은 아닙니다.

Economist는 정책적으로 결함이 있는 정당의 후보와 개인적인 성격에 문제가 있는 후보 가운데 후자를 지지합니다. 러드 총리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과 안보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의 협력 등 여러 현안을 보다 매끄럽게 잘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토니 블레어와 같은 실용적인 중도파의 관점을 유지한다면, 그래서 자유당이 거칠게 몰아세웠던 난민을 엄격하게 배척하는 정책도 재고할 수 있다면 분명 애봇보다 더 나은 후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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