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와 ReD의 실험과 도전
2013년 8월 29일  |  By:   |  Economy / Business, 스포츠  |  No Comment

“새로 나온 휴대폰에 70개가 넘는 많은 기능이 있다고 칩시다. 소비자들이 정말로 그 기능을 전부 100% 활용할까요? 아니, 무슨 기능이 있는지 정확히 알기나 할까요? 스포츠용품도 마찬가집니다. 신기술을 접목하는 데 그렇게 온 힘을 쏟아부을 필요는 없어요.”

2004년 오슬로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덴마크 출신의 컨설턴트 라스무센(Mikkel Rasmussen)을 만난 아디다스의 창의 개발 업무 담당자(Creative Director) 칸즈(James Carnes)는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디다스는 이내 라스무센이 세운 컨설팅회사 ReD와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업계 1위 나이키를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3위 퓨마와는 현격한 격차를 유지하며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나이키와 퓨마는 유명 스포츠스타를 비싼 돈을 주고 광고모델로 영입하는 등 마케팅에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디다스의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ReD의 조언대로 아디다스 마케팅 부서는 소비자들의 진짜 수요를 조사하기 위해 인류학자나 민족학자들을 고용합니다. 이들이 고안한 마케팅 원칙은 제품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실제 소비자들과 24시간을 같이 보내며 면밀히 소비자들의 일상과 습관을 관찰하도록 시킵니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이 언제 운동을 하는지, 하고 싶어 하는지, 운동할 때는 뭐를 가장 필요로 하는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느끼게 하는 식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카메라를 보내주고 나서 “운동을 하게끔 만드는 무언가”를 찍어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더니, 여성 30명 가운데 25명은 검은색 치마 드레스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화에 대단한 기능을 넣고서 이 운동화를 신으면 농구나 달리기를 엄청 잘 하게 될 거라고 광고들을 하는데,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은 그냥 살 찌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려고 운동할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를 면밀히 관찰한 뒤, 선수들이 공을 다루는 기술은 배울 수 있지만 빨리 달리는 능력은 훈련보다는 타고 나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아디다스 디자이너들의 해결책은 스파이크나 초경량 소재 등 육상화에 필요한 기술들을 축구화에 접목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혁신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빛을 발해 아디다스의 매출 신장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디자인 자체에 접근할 때도 아디다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점을 직접 듣고 실행에 옮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갈 러시아대표팀 유니폼은 인류 최초의 우주인 가가린의 시야에서 내려다본 지구와 우주선 궤도를 형상화할 예정입니다. 러시아인들에게 자기 나라에 대해 자랑스러운 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1970년대 이후의 것들은 하나도 없었고, 도스토예프스키, 2차대전 승전, 최초의 우주인 배출 등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월드컵이 열리는 내년 축구관련 용품 매출 목표는 20억 유로입니다. 리복을 무리해서 인수했던 점이나 미국,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유로화의 계속되는 강세 등 악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시장은 아디다스의 앞날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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