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율이 자꾸 낮아지는 선진국
2013년 7월 22일  |  By:   |  세계  |  No Comment

1990년대 미국의 보수적인 학자들은 생명을 경시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들 때문에 범죄율이 계속해서 올라갈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법을 지키는 시민들이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 거라는 우울한 전망이 보태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범죄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살해당하는 비율은 30년 이래 가장 낮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지난해 은행, 우체국 등에 침입한 무장강도 사건은 총 69건 일어났습니다. 1990년대 매년 5백여 건이 일어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습니다. 1990년 뉴욕에서 도난당한 차량은 14만 7천 대였는데, 지난해에는 1만 대도 채 안 됐습니다. 네덜란드와 스위스에서는 더이상 길거리에서 마약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인신매매를 일삼던 동유럽의 조직폭력배들은 사기 등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는 범죄로 옮겨갔습니다.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 이민자들의 유입 때문에 범죄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큰소리 치던 우파들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 범죄를 줄일 수 없다고 주장하던 좌파들도 이런 통계 앞에서 머쓱해졌습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많아졌고,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을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범죄율은 분명 낮아졌습니다.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겁니다. 보통 젊은 세대들이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데 선진국의 평균 연령은 분명 높아졌고, 여기에 컴퓨터와 데이터를 활용한 경찰의 방범 활동의 효과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차량도난방지기, 가게마다 설치돼 있는 CCTV, 경보장치 등 보안 장비의 발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보수 진영은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강화됐다는 사실을 이유로 꼽고 싶겠지만, 이는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독일, 네덜란드, 뉴욕 정부는 수감자 수를 꾸준히 줄여왔지만, 범죄율은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특정 범죄에 대한 예외 없는 일괄적인 형 집행을 비롯한 강력한 처벌은 특히 재범률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폭력적인 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단순 마약사범에게 필요한 건 옥살이가 아니라 심리 치료나 약물 치료입니다. 경찰들이 차량 탈취범이나 강도 사건의 현행범을 쫓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범죄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 차단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경찰이 해야 할 일은 점차 금융사기, 탈세, 돈세탁과 같은 범죄와 싸우는 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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