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섹스 앤 더 시티’, ‘소시대’가 드러낸 세대간 단절
2013년 7월 19일  |  By:   |  세계  |  1 comment

샹하이 패션업계를 배경으로 중국판 럭셔리 라이프를 보여주는 영화 소시대(小時代, Tiny Times)가 박스오피스 개봉이 무섭게 1위를 차지하고 첫 3주동안 7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소시대는 패션잡지 편집장의 비서가 된 여주인공 린샤오와 그녀의 세 친구들의 삶을 다룬 원작 소설에 기반합니다. 크리스찬 루브탱의 하이힐을 신고 캠퍼스를 돌아다니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발렌티노 가방을 선물받는 여성주인공들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나 ‘섹스 앤더 씨티’에서 나온 듯합니다. 주인공이 일하는 가상의 패션잡지 “M.E”는 중국의 80년대 후반, 90년대생 “me”세대의 상징입니다.

소시대는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라온 외동 십대들의 인기를 끌고 있으나, 세대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마오쩌둥의 시대를 걸쳐온 나이든 세대는 부와 미를 과시하는 이 영화가 사회적 불평등, 도덕적 해이, 사회적 책임감 망각 등 현대 중국 사회의 병폐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비판합니다. 이 영화의 병적인 탐욕이 메스껍다고 비판한 50세 영화평론가 레이몬드 조우의 웨이보 포스팅은 6만번 넘게 리트윗되었습니다. 물론 리트윗하면서 반박한 이도 많았지요. “당신은 젊은 세대를 모욕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열정과 꿈이 있고, 우리가 원하는 걸 갖기 위해 싸우고 있어요.”

원작의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30세 신세대 작가 궈징밍이야 말로 소시대에 나오는 삶을 대표합니다. 그는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이 문화 혁명 관련 글을 쓰는 동안 도시 젊은이들이 진로를 고민하고 외로움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소시대는 ‘럭셔리브랜드 입문서’라는 별명을 달고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으며 평범하던 그를 4250만 위안(약 40억원)을 가진 중국 최고의 갑부 작가 위치에 올려놓았습니다.

주인공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소시대는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이 영화가 금욕을 홍보하는 공산당의 검열을 어떻게 피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화려함을 쫓는 신세대와 기존세대간 단절이 너무나 극명하여 사회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공산당이 이를 관리하려 들 가능성이 큽니다. 7월 15일 공산당의 중앙기관지 인민일보에는 이 영화를 비판하며 흥청망청한 자본주의의 개념이 곧 관리불가능한 수준으로 퍼져나갈 거라는 논조의 사설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현재 시점에서는 “소시대2″가 8월에 개봉해 인기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Economist)

원문보기

tinytimes_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