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들이 점점 더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
2013년 7월 11일  |  By:   |  세계  |  4 Comments

海龟 / 海归. 중국어로 두 단어의 발음은 “하이구이” 정도로 비슷합니다. 앞의 단어는 바다거북이란 뜻이고, 뒤의 단어는 다른 나라에서 공부나 일을 하고 돌어온 사람, 흔히 유학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비슷한 발음 탓에 두 단어는 혼용해 쓰이기도 합니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중국 해외 유학 학자협회”의 왕후야오 씨는 하이구이를 다섯 세대로 나눕니다. 19세기 해외에서 유학 후 중국으로 돌아와 철도를 깔고 대학교를 세웠던 하이구이가 1세대라면 1949년까지 2,3세대 하이구이는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의 정치 엘리트들의 주요 공급원이었습니다. 1950년대 소련과 동유럽 등지에서 유학한 4세대 하이구이 가운데에는 장쩌민 전 주석과 리펑 전 총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1978년 중국 정부가 개혁개방을 시작한 뒤 등장한 5세대 하이구이의 숫자는 가장 많은 260만 명에 이릅니다. 1~3세대가 근대 중국의 혁명을 이끌었다면 4세대는 근대화를, 5세대는 세계화를 선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고 변모하면서 하이구이들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과거 유학파들이 누렸던 높은 임금과 사회적인 대우는 요즘 하이구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예전같지 않은 유학파들의 위상을 가리켜 바다거북 대신 海带(하이다이, 다시마)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요?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생겨난 지역적이고 자생적인 요인들이 유학파들에게는 오히려 낯설기 때문이란 진단이 있습니다. 전자 상거래(e-commerce) 분야 같은 경우 미국 대학에서 얼마나 공부를 했고 실리콘 밸리에서 얼마나 일을 해봤느냐보다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유학생이라고 무조건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셈이죠. 실제로 벤처캐피탈들도 하이구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투자를 줄이고, 소위 중국 시장에 잔뼈가 굵은 현지 기업가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유학생들의 명성만 믿고 높은 관리직에 채용을 하던 고용주들도 막상 일을 시켜봤더니 투명성이나 성과주의, 직업 윤리 등 아직 중국 사회에서는 낯선 가치들에 얽매여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고 태도를 바꿨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유학생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이전 하이구이 세대보다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예전에는 중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유능한 재원만 선발해 나라가 분명한 목적을 갖고 유학을 보냈는데, 이제는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너도나도 유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학생이라 해봤자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사람들이 졸업장만 하나 갖고 돌아오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게다가 중국은 유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낮습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인의 92%가 5년 후에도 미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는 인도(81%), 한국(41%), 멕시코(32%)와는 확연히 다른 수치입니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두뇌 유출을 막고 고급인력을 유치한다는 명분 하에 적극적으로 하이구이들의 귀국을 유도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을 중국으로 끌어오려면 높은 급여를 비롯한 직접적인 인센티브에 매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고 대기오염을 줄이는 등 중국 사회 자체를 하이구이들이 공부하고 경력을 쌓았던 곳처럼 가꿔나가야 합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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