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왜 영어에 스며들지 못할까?
2013년 6월 18일  |  By:   |  세계  |  No Comment

뎡샤오핑 전 중국 주석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여러 나라와도 폭넓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부상한 중국의 위상에 비추어보면 중국말, 중국어의 약진은 생각만큼 돋보이지 않습니다. 굉장히 개방적인 언어에 속하는 영어에 중국어에서 빌려온 외래어가 손에 꼽을 만큼 적기 때문입니다.

중국어를 어원으로 하지만 영어 단어로 굳어진 어휘가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쿵푸(kung fu)나 태극권을 뜻하는 타이치(tai chi), 풍수지리를 뜻하는 펑슈이(feng shui) 등은 영어사전에도 나오는 단어입니다. 굽신거리다는 뜻의 Kowtow, 지나치게 열정적이라는 뜻의 gung ho, 상대를 겁박하여 강제로 무언가를 시킨다는 뜻의 to shanghai와 같은 단어들은 20세기 초에 표준 중국말인 만다린 대신 광둥어에서 건너온 단어입니다. 중국식 청경채인 복초이(bok choy), 중국식 볶음면인 초우멘(chow mein)도 미국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알고 있는 명사입니다. 하지만 지금 예로 든 몇 가지 단어를 빼면 여전히 중국어와 영어의 거리는 멀기만 합니다. 중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히는 关系(guanxi, 관시, 주로 사람간의 관계를 뜻하는 말)는 영어로 guanxi라 써놓으면 대부분의 미국인, 영국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엄연한 외국어입니다.

영어와 발음체계나 알파벳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근거가 빈약합니다. 영어는 러시아어, 아랍어, 고대 유대어 등 전혀 다른 구조의 언어로부터도 동사, 명사, 감탄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어와 어휘를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스시(sushi, 초밥)처럼 확연한 대상을 지칭하는 외래어가 있는가 하면, 남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긴다는 추상적인 뜻의 schadenfreude는 독일어에서 건너온 말입니다.

아직 중국과 미국, 서구가 교류한 시간이 충분히 길지 않다는 설명이 가장 타당해 보입니다. 20세기 일본도 세계대전을 매개로 국제사회에 등장한 뒤 경제성장을 계속하며 무역대국, 문화 강국이 되어 적잖은 일본어를 영어사전에 등재시키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를 비롯한 영어권 국가와 중국의 교류가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20년 정도 후에 중국어와 영어의 거리는 지금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가까워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Economist Language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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