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샤리프 총리의 최우선 과제: 전력난 해결
2013년 6월 11일  |  By:   |  세계  |  No Comment

무하마드 후세인 씨는 부인, 자식 다섯 명과 함께 파키스탄 북동부 라호르(Lahore) 시 빈민가의 있는 방 하나 딸린 좁은 아파트에 삽니다. 아파트에는 전기가 수시로 끊겨 무더운 여름날 집안은 말그대로 찜통입니다. 하지만 후세인 씨를 비롯한 아파트 주민 누구도 대놓고 불평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전기세를 제대로 내는 가구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죠. 사실 이 아파트는 주변의 수많은 건물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전력망에 불법으로 선을 대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라호르 전력회사 직원들이 사전에 귀띔을 해준 뒤 불심 검문에 나섭니다. 그러면 주민들은 불법으로 대놓은 선을 끊고, 각 집안 사정에 따라 선풍기만 있는 집은 5달러, 에어콘이 있는 집은 15달러 하는 식으로 전력회사 직원들에게 수고비를 냅니다. 이렇게 걷은 비공식 전기세는 당연히 회사가 아니라 직원들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입니다. 전기세를 못 걷는 회사는 전력생산업자들에게 지불할 돈이 없고, 결국 생산업자들은 연료를 살 돈이 없어 아예 전력생산 자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2012년 기준 파키스탄의 에너지산업이 지고 있는 빚은 91억 달러로 GDP의 4%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5일 취임한 샤리프(Nawaz Sharif)에게 전력난 문제는 단연 최우선 과제 중 하나입니다. 국민들이 전임 국민당(Pakistan People’s Party) 정부에 등을 돌린 결정적 계기도 에너지 대란이었습니다. 빈민층 뿐 아니라 그간 전기세를 계속 안 내고 버텨온 중산층 유권자들과 정부부처, 군에 이르기까지 온 사회가 사실상 책임을 방기해 왔습니다. 말그대로 ‘전기 정의’를 바로세워야 할 때입니다. 안 그래도 안 걷히는 전기세를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금을 투입해 빚을 갚고, 각 부문에서 어긋난 수지를 맞춰 전기세를 낮추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필요한 돈을 어디서 끌어오느냐입니다. 국채를 발행하거나 국제수지 악화를 막기 위해 IMF와 긴급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마련한 돈을 투입할 거라는 전망도 있고, 샤리프 총리와 친분이 있는 사우디 왕실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방안도 유력합니다. 단기적인 처방 외에 궁극적으로 전력생산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할 필요도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연료를 수입해오는 실정이라 국제수지에도 부담을 지우고 있습니다. 수력발전이 장기적으로는 효율적이면서도 깨끗한 방식이지만, 댐을 짓는 데 10년 이상 걸리는 게 문제입니다.

전력난 문제는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남부 도시 카라치에서 그랬던 것처럼 단속을 엄격하게 실시해 돈을 안 내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하게 전기를 끊어버리는 겁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기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강경책을 쓸 경우 돈을 낼 여유가 없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내 샤리프 정권에 실망하고 말 것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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