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갈수록 심화되는 지역적 정치성향 차이
2013년 4월 22일  |  By:   |  세계  |  No Comment

영국 국회의원들의 지역별 정당분포도를 보면 런던 이남의 남부지역에 할당된 의석 197석 가운데 노동당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10석에 불과합니다. 반면 전통적인 산업도시들이 많은 북서부에서는 보수당 의석이 단 두 석, 스코틀랜드에서는 달랑 한 석입니다. 대처 전 총리의 사망을 둘러싸고 그의 공과에 대한 논의가 첨예하게 엇갈리기도 했지만, 이런 지역적 균열은 영국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대처 집권시절 영국 북서부의 산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런던과 남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은 금융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 부흥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은 건 사실입니다.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으로 이어진 노동당 정부는 정부지출을 대폭 늘려 북서부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지금의 보수당 정부는 노동당 정부 때 만든 예산을 다시 잇따라 깎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지위에 따라 지지정당이 갈린다는 단순한 설명은 부족합니다. 노동당의 열렬한 지지자인 북서부 부자들이나 덮어놓고 보수당만 찍는 남부의 빈곤층 유권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연방국가라면 지역별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더라도 크게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중앙정부의 권한이 막강하고 양대 정당이 전국적인 규모로 민의를 모으고 정책을 수립하며 경쟁하는 제도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지역간의 균열이 고착화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북서부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보수당도, 런던 남쪽 시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크게 관심이 없는 노동당도 집권해봤자 반쪽짜리 정부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해 국회의원 의석은 한쪽이 싹쓸이하더라도 지방의회나 시장직 등에는 반대편 정당의 정치인들이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면 이런 균열이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정이 불필요한 양대정당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인 소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체 의석의 20% 가량은 중대선거구제로 선출한다면 지금과 같은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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